나의 건축기는 2006년부터 시작한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공부하고 있던 나는 돌연 자퇴를 선언하고, 홀로 수능을 준비하면서 컴퓨터라는 분야도 철학이라는 분야도 기웃기웃 찍먹 해보았다가, 우연히 어느 교육잡지를 읽다가 세상에 대한 나의 모든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건축'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건축학과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의 기억은 꽤 괜찮았다. 아이디어를 내는데 즐겁게 골몰했고, 마음껏 만들어나갔다. 마감직전의 밤샘작업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어떤 것을 얼마나 배웠는지는 지금에 와서 보면 약간 흐릿해진 기억이라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 그 시절 나는 '크리에이터' 였다는 것이다.

나의 건축 연보를 그 호랑이 담배 태우던 옛날 옛적 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스스로 창조자였음을 자부했던 그 마음가짐을 복원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간 실무를 겪어오면서 그 환경에 최적화 되고자 나의 색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많았고, 그러면서 창조자로서의 빛은 약해진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가 보고 싶었고, 거기에서 부터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