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공부하고 있던 나는 돌연 자퇴를 선언하고, 홀로 수능을 준비하면서 컴퓨터라는 분야도 철학이라는 분야도 기웃기웃 찍먹 해보았다가, 우연히 어느 교육잡지를 읽다가 세상에 대한 나의 모든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건축'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건축학과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의 기억은 꽤 괜찮았다. 아이디어를 내는데 즐겁게 골몰했고, 마음껏 만들어나갔다. 마감직전의 밤샘작업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어떤 것을 얼마나 배웠는지는 지금에 와서 보면 약간 흐릿해진 기억이라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 그 시절 나는 '크리에이터' 였다는 것이다.
나의 건축 연보를 그 호랑이 담배 태우던 옛날 옛적 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스스로 창조자였음을 자부했던 그 마음가짐을 복원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간 실무를 겪어오면서 그 환경에 최적화 되고자 나의 색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많았고, 그러면서 창조자로서의 빛은 약해진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가 보고 싶었고, 거기에서 부터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시작.